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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빈기사

[그라치아 전여빈] Hello, Stranger

인생은 덕질 2019. 10. 13. 22:49

뜨거운 낮과 서늘한 밤이 공존한다. 9월의 날씨를 닮은 배우 전여빈이 커다란 옷을 툭 걸치고 카메라 앞에 섰다.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어요?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을 찍으면서 지내고 있어요. 아마 한 달 정도 더 찍을 거 같아요.

<멜로가 체질> 속 이은정은 어떤 인물인가요?
다큐멘터리 감독이고 서른 살이에요. 두 친구, 남동생, 친구의 아들과 같이 살고 있어요. 다큐 작품 한 편을 만들었는데 그게 엄청난 성공을 거둬요. 300만이 보는 다큐가 돼서 그야말로 억만장자가 되어버리는 역할이죠. 성격적으로는 저보다 은정이 훨씬 멋있는 사람이에요. 뭔가를 결심하면 실행하고 꼭 말해야 하는 건 시원하게 내뱉어버리는 사이다 성격인데, 그녀가 해야 하는 일이라든가 감내해야 할 것들은 참아내요. 저라는 사람보다 훨씬 더 강한 사람인 거 같아요.

이병헌 감독과의 촬영은 어떤가요?
배우와 스태프들에게 절대 큰소리치지 않아요. 성격이 느긋하신데, 특유의 개그가 있죠. 천천히 툭툭 던지는 한 마디 한 마디가 엄청 재밌거든요. 디렉팅을 하는 데 있어서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쉽게 표현을 해주세요. 소통이 막히거나 어렵지 않아요. 가깝게 느껴지도록 대해주셔서 고맙죠.

다른 연기자들과의 케미는 좋은 편인가요?
은정은 세 친구 중에서 이성적인 캐릭터라 성격적으로 눌러야 하는데, 제가 (천)우희 언니나 (한)지은 언니와 같이 있으면 너무 들떠버려요. 그러면 감독님이 “은정~ 워워”라고 하는데, 그럴 때마다 내가 또 신났음을 깨닫고 살짝 낮추려 해보지만 자꾸만 장난기가 생기더라고요. 오늘 혼자 화보 촬영을 오는데 너무 쓸쓸한 거예요. 옆에 언니들이 있을 거 같고, 보고 싶고. 그래서 문득 이 생각이 들었어요. 촬영이 끝나고 나면 엄청 허전하겠구나. 그래서 살짝 울컥해졌어요. 안재홍 오빠와는 예전에 소속사도 같았고 <해치지않아>에서 연기도 같이해 아주 친숙한 사이예요. 오빠는 누군가를 웃게 하는 힘과 매력이 있는데, 배우로서도 사람으로서도 되게 부러워요. 공명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어른스럽고 분위기 메이커예요. 마음을 확 열게 해주는 친구죠. 이 드라마 속에 많은 배우가 있는데, 극 안에서의 상황이 즐겁다 보니 오랜만에 봐도 늘 반갑고 재밌고 그래요.

영화 <죄 많은 소녀> 촬영 때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거의 역할에 빙의한 것 같은 압도적인 연기가 인상적이었어요. 몰입하기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것이 있었나요?
팀을 잘 만났어요. 모두가 세밀하게 준비를 하고 몰입하고 있었죠. 특히 김의석 감독님 스스로가 감정적으로 많이 몰입해 있는 상황이었어요. 첫 촬영부터 보충 촬영, 후시 녹음이 다 끝났을 때까지도 감정적인 무게감을 갖고 있었고, 그런 마음을 스태프 한 명 한 명에게 계속 공유해줬어요. 거기에서 감정적 전이가 자연스럽게 됐던 거 같아요. 예를 들어 옆에서 아파하는 사람이 있으면 웃고 있을 순 없잖아요. 저 역시 철저히 준비는 했지만, 지금 돌이켜봐도 다른 팀원들이 준비한 것에 비하면…. 저는 정말 좋은 재료만 받은 상황이었던 거 같아요. 잘 도와준 덕분에 무사히 연기할 수 있었어요.

무거운 영화라, 찍을 때 힘들었을 거 같아요.
심적으로 고통스러웠지만, 한편으론 기뻤어요. 너무 만나고 싶었던 종류의 작품이었거든요. 촬영하면서도 이런 기회가 다시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늘 했어요. 설사 이게 마지막이 된다 하더라도 더 이상 소원이 없다고도 생각했죠. 그만큼 연기를 하는 사람으로서 만족감이 큰 작품이었어요. 몸과 마음을 다해 열의를 쏟아부을 수 있었거든요.

문소리는 “전여빈은 씩씩하고, 감독의 말을 잘 알아듣고, 자신이 남들에게 어떻게 비칠지 신경 쓰지 않는 배우”라고 했어요. 장진 감독은 “열정이 진실되고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스스로 맹렬하게 움직이는 배우”라고 했고요. 이들 이야기를 들으면 굉장히 적극적이고 저돌적인 이미지인데, 맞나요?
스물한 살 때 배우가 되기로 마음먹은 후 연기가 너무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막상 ‘나는 현장에서 어떤 기능을 하는 배우가 될까’를 생각하니 막연하더라고요. 기회를 만난 적이 없었으니까. 그 기회를 갖기 위해 차곡차곡 노력했어요. 대학로에서 스태프 일을 한다든가, 단편 영화를 해나간다든가. 그 점을 어여쁘게 봐주신 거 같아요. 두 분 다 처음 뵀을 때 저 스스로 주저하지 않으려 노력했던 거 같아요. 특히 장진 감독님 회사에서 음향 오퍼레이터 일을 몇 개월 했었는데, 그때 뵐 기회가 없어서 나중에 감독님 회사로 찾아간 적이 있어요. 저는 연기를 하는 사람인데 혹시 저라는 배우가 생각나면 기회를 달라 제안 드리려고요. 바로 감독님이 계시길래 제가 찍었던 휴대폰 속 연기를 보여드렸어요. 그때는 장난 식으로 핀잔을 주셨거든요. 그런데 제가 가자마자 스태프를 통해 프로필을 정식으로 받아달라고 하셨대요. 회사 배우로 영입하고 싶다고. “나는 배우다, 나는 기회를 만들고 있고 준비를 하고 있다”라고, 할 수 있는 한 ‘건강한’ 방법으로 어필하고 싶었어요.

최근 해보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뭔가요?
춤을 추는 영화를 해보고 싶어요. 얼굴이라든가 표정 말고도 표현의 영역을 확장시켜 몸으로 할 수 있는 뭔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죄 많은 소녀>의 영희는 대사가 정말 없었어요. 그 친구가 갖고 있는 무게감을 주로 눈빛으로 드러내야 했죠. 그러면서 조금 더 여러 가지로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생겨난 거 같아요. 영화 <라 비 앙 로즈>를 되게 좋아하거든요. 노래를 아주 잘하진 않지만 음악 영화에 대한 욕구도 있어요. 기회가 생긴다면 정말 열심히 준비할 자신도 있고요.

전여빈의 일상도 궁금해요. 여유 시간이 생기면 주로 뭘 해요?
집안일을 해요. 밀린 빨래와 설거지를 하고, 평상시 밖에서 음식을 사먹으니까 집에서 간단한 음식이라도 해 먹으려고 하고. 집중력과 체력을 위해 운동도 해요. 또 많이 걷고 햇볕도 많이 쬐려고 하죠. 그럴 때 생기는 에너지가 있잖아요. 요즘은 따릉이 타고 한강도 가고, 집 근처 작은 산에도 가끔 갔다 와요. 다녀와서는 떡볶이 먹고, 꼬북칩에 바닐라 아이스크림 발라서 먹고. 하하. 이건 우희 언니가 가르쳐줬어요. 언니한테 항상 이야기하죠. 언니는 내게 가르쳐주지 말아야 할 걸 가르쳐줬다고.

오늘은 패션 화보를 찍었는데, 옷 좋아해요?
옷은 참 좋아하는데 스스로 잘 가꾸는 편이 아니라서…. 잘 꾸민 사람들을 보며 대리 만족을 하는 편이죠. 티셔츠에 청바지, 운동화가 평상복인데 오늘 예쁘게 입혀주셔서 변신하는 기분으로 감사하게 촬영했어요.

칸 영화제 같은 시상식에 간다면, 섹시한 드레스를 입을 거 같아요? 아니면 포멀한 팬츠 슈트를 입을 거 같아요?
팬츠 슈트. 옷의 정점은 왠지 모든 것을 다 가려도 섹시한 느낌이 물씬 나는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나중에 칸에 가게 될 때는 두 개 다 챙겨 갈래요(웃음).

올해가 몇 달 안 남았어요. 목표했던 것은 다 이루었는지?
사실 올해는 목표한 게 없어요. 목표 없이도 행복한 거 같아서 안 세운 지 꽤 됐거든요. 어느 순간부터 연기를 너무 하고 싶었는데 그건 감사하게 이뤄나가는 중이라. 그저 최상의 컨디션으로 하루하루 주어진 배우 일을 잘 해내는 것, 그게 목표예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산다는 게 희박한 확률인 거 같더라고요 10년 동안 갈망했던 일을 하고 있으니 잘 해내고 싶다는 생각뿐이에요.

소확행 있어요?
요즘 식물을 키우고 있어요. 집 맞은편 꽃집에서 꽃을 사서 화병에 꽂아놓고 화분도 세 개 샀어요. 선인장, 고무나무, 하나는 지금 갑자기 생각 안 나는 어려운 이름의 식물. 이 세 개의 공통점은 쉽게 죽지 않는 식물들이란 거예요. 데리고 온 지 얼마 안 됐는데 2cm 정도 자랐어요. 그걸 보면서 큰 행복감을 느껴요. 햇볕에 놔뒀다가 탈까 봐 들여놓고, 비가 너무 많이 온 날 베란다에 놔뒀다가 물을 다 먹어서 시든 걸 보고는 얘들을 왜 놔두고 갔을까 후회하고, 그래요.

이름 있는 거 아니죠?
아직 이름은 안 지었어요. 사실 붙이고 싶었는데 곧 생길 거 같아요. 하하.

아직 전여빈을 모르는 이들에게, ‘나 전여빈은 어떤 사람’이라고 설명할 건가요?
배우가 뭔지, 연기가 뭔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게 너무나도 하고 싶었던 사람…? 어렵다. 배우 말고 저를 설명할 게 뭐가 있을까요?

 

 

*기사 출처 및 전문

https://www.smlounge.co.kr/grazia/article/42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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