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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하다’ ‘개성 있다’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독특한 이야기와 형식으로 똘똘 뭉친 독립영화를 더 풍성하게 만드는 여성 배우들 얘기다. 탄탄한 연기력뿐 아니라, 고유의 매력과 특별하고 묘한 존재감까지 두루 갖춘 이들. 아직은 낯설지만, 꼭 이름을 기억하고 싶어지는 얼굴들이다. magazine M은 2017년에 더욱 비상할 독립영화 속 배우들을 점찍었다.

오늘보다 내일이 더 빛날 우리의 이름은.

‘걱정말아요’(1월 5일 개봉, 소준문·김대견·신종훈·김현 감독)의 고원희(23), ‘연애담’(2016, 이현주 감독)의 류선영(29), 단편 ‘몸 값’(2015, 이충현 감독)의 이주영(30), ‘여자들’(2016, 이상덕 감독)의 전여빈(28), ‘비치온더비치’(2016)의 연출과 주연을 맡은 정가영(27)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의 짧고도 강렬한 자기소개를 들어 보자. ※가나다순
 

전여빈, 영화 안에서 멋지게 노는 광대처럼


사진=정경애(STUDIO 706)

장진 사단 소속사 ‘필름있수다’ 사장님인 장진 감독님 작품을 좋아했어요. 장 감독님과 일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죠. 그러다 연기 학원에 함께 다니던 오빠가 장 감독님의 연극 ‘서툰사람들’의 무대감독을 맡으며, 제가 막내 스태프로 일하게 됐어요. 그런데 그땐 장 감독님이 ‘하이힐’(2014) 촬영 중이라 한 번도 만나지 못했어요. 얼마나 서운하던지, 공연 끝나고 필름있수다에 찾아갔죠. “나는 사실 배우가 되고 싶은 사람이다. 배우가 필요하면 나를 생각해 달라”고 말하려고요. 그날 처음으로 장 감독님을 만났어요. 그때 너무 반가운 나머지 “제가 감독님 밑에서 일하려고 스태프로 들어갔는데, 어떻게 공연장에 한 번도 안 오실 수 있느냐”고 따졌죠. 그 모습을 좋게 봐 주신 듯해요. “저 친구, 뭐하는 친구냐. 페이스가 좋다”며 “지켜보자”고 하셨대요. 그 이후로 ‘장진 사단’에 합류하게 됐어요.

꿈을 이루다
동덕여자대학교 방송연예과 입학 후, 연극 무대에 대한 갈망이 생겼어요. 그래서 스태프로 일하며 선배들 모습을 많이 지켜봤죠. 그러다 스물일곱 살에 데뷔했어요. 다른 친구들에 비해 늦게 시작했지만, 운이 많이 따른 것 같아요. 저를 받아 준 회사도 있고, 존경하는 문소리 선배님이 “함께 작업해 보고 싶다”고 직접 연락을 주시기도 했으니까요. 무엇보다 ‘연기하고 싶다’는 꿈을 이룬 것이 가장 기뻐요.

진실한 순간 연기를 하다 보면 스스로 캐릭터에 완전히 몰입해 ‘이 순간이 거짓이 아니다’라고 느낄 때가 있거든요. 한 번씩 캐릭터가 나인지, 내가 캐릭터인지 모르는 순간이 오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이 순간이 계속 이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요. 진실하게 연기한 시간들이 모여 상영 시간을 채운다면, 영화를 보러 오는 관객에게도 부끄럽지 않을 테니까요.

멋진 광대 인터뷰할 때마다 늘 “멋진 광대가 되고 싶다”고 말해요. 그런데 표현이 너무 올드한지, 그 말이 한 번도 실린 적은 없어요(웃음). 이제부터 표현을 바꾸려고요. ‘잘 노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판이 벌어졌을 때 멋지고 아름답게 놀 줄 아는 배우.

‘죄 많은 소녀’ 차기작이 ‘죄 많은 소녀’(김의석 감독)예요. 이제 추가 촬영만 남았어요. 한국영화아카데미 장편연구과정 10기에서 만드는 시리즈 중 하나인데, 친구의 죽음을 둘러싼 여고생들의 이야기예요. 저는 영희 역을 맡았고, 고원희씨와 단짝으로 나와요. 다음 작품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어요.


내 마음속으로 쏙 들어온 전여빈 문소리의 세 번째 단편영화 ‘최고의 감독’은 어느 감독의 장례식장에서 벌어지는 배우들의 이야기다. 죽은 감독을 최악이라 욕하는 소리(문소리)와 그를 최고의 감독이라 맞받아치는 신인 배우 서영(전여빈)의 말싸움이 이 영화의 백미. 뛰어난 선배들 사이에서 신인의 패기를 맘껏 보여 준 서영처럼, 전여빈도 극 중에서 기죽지 않고 문소리와 능청스럽게 대사를 주고받는 대담함을 선보인다. 당차고 엉뚱한 될성부른 떡잎, 전여빈의 발견이다.
 

Filmography
‘여자들’
‘메리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우리 손자 베스트’ (2016, 김수현 감독)
‘최고의 감독’ (2015, 문소리 감독)
‘바라던 바다’ (2015, 장진 감독)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기사 출처 및 저작권자 http://news.joins.com/article/21148924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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